“죽도록 두들겨 맞고…” 여자 쇼트트랙 ‘폭력의 얼음판’

  • 입력 2004년 11월 10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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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여자대표 선수들이 작성한 자술서 사본. 연합
쇼트트랙 여자대표 선수들이 작성한 자술서 사본. 연합
‘○○○선생님께서 ○○○선수 엉덩이를 스케이트날집으로 엄청 세게 마구 때리더니 ○○○선수가 엎드려뻗쳐 하고 있다가 못 버티고 쓰러지니까 목덜미를 잡고 계속 때렸습니다. …(중략)…머리채를 잡혀 쥐어 흔들리고 있으면 여자로 태어나 머리가 긴 게 원망스러운 적도 많았습니다.’

세계 정상에 올라 있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이 코치들에게 상습적인 구타와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훈련해 왔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3일 태릉선수촌을 집단 이탈했던 선수들은 10일 공개된 7장 분량의 자술서에서 거의 매일 코치들에게 구타를 당했고 심지어 아이스하키채로 맞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맞았다’는 대목도 있다.

이들은 또 “지난달 해외전지훈련을 했던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도 매를 맞았다”며 “이 때문에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너무나 소중하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스케이트를 제일 혐오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선수들은 또 훈련이 끝난 뒤에도 휴대전화 사용이나 인터넷 채팅을 금지당했고 남자선수들과 얘기도 못하게 하는 등 사생활까지 철저하게 통제당했다고 주장했다.

윤재명 남자 쇼트트랙대표팀 코치는 “평소 훈련 때 여자선수들에 대한 체벌이 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여자선수 지도는 여자팀 코치의 고유 권한이라 뭐라고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여자 쇼트트랙 에이스인 최은경(한국체대) 여수연(중앙대) 변천사 허희빈(이상 신목고) 강윤미(과천고) 진선유(광문고) 등 주축선수 6명은 3일 저녁훈련이 끝난 뒤 태릉선수촌을 무단이탈했다가 대한빙상연맹 임원들의 설득으로 하루 만에 복귀했었다.

이치상 빙상연맹 부회장과 전명규 강화위원장은 당시 선수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코치진의 선수 구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여자 대표팀의 최광복 김소희 코치는 8일 사표를 제출했다.

한편 빙상연맹은 이날 대책 회의를 열고 △코치와 선수 8명 등 여자 쇼트트랙 대표선수단 선수촌 퇴촌 △여자 대표팀의 월드컵 3, 4차 대회 불참 △박성인 회장을 제외한 회장단 전원 사퇴 등을 결의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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